사람은 이기적이다. 이 명제에 억울한 심정을 품을 분도 계시겠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다. 살아온 환경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자기중심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이기적이라는 말에 자유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바울은 롬 3장에서 의인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 말씀은 시 14편의 인용이다. 다시 말해 신구약 통틀어 의인은 없었다. 그렇다면 세상이 점점 악해져서 의인이 사라진 게 아니라, 원래 의인이 없던 것이다. 그나마 의인이라 일컫던 성경 인물들조차 결점투성이였다.

목회를 하면서 이 사실은 더욱 명확해졌다. 이분은 좀 낫지 않을까 기대하면 뒤통수를 맞는다. 이젠 나아졌을 거야 속아보면 더 아프게 발등을 찍힌다. 속상해서 혼자 씩씩거린다. 그리고 돌아본다. 별반 다를 게 없는 나... ‘그래. 원래 이런 거지, 내가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예수님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셨다. 태어나실 때부터 이기적인 왕에게 쫓겨 이집트까지 도망가셨다. 사역을 시작하실 때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동네 사람들에게 냉대를 당하셨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신 이기적인 제자들로부터는 배신을 당했다. 팔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주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에게 사랑을 가르치셨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다. 자기 자신을 아끼는 것처럼 남도 아끼라고 하셨다.

예수님의 말씀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는 이기적이지만, 이기적인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나처럼 고생하는 사람, 나처럼 아픈 사람, 나처럼 힘든 사람을 바라보며 “공감”을 한다.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들을 사랑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공감한다.

공감은 사랑의 크기를 넓힌다. 심방을 하면서 다시 한번 이것을 느낀다. 공감한다. 아파한다. 기도한다. 공감하고 사랑하고 자라나는 곳, 이것이 교회다. 나는 교회다. 우리가 바로 그 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