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처음은 힘들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랬다. 굳은 결심으로 시작한 대심방 첫날, 기다렸다는 듯이 굵은 눈발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집에서 우산도 챙기지 못했다. 교회 1층에 있는 낡은 우산 하나를 집었다. 심방가정 문앞에 도착했을 때 우산대가 갑자기 뚝 부러졌다.

첫 심방예배를 마치고 준비해 간 말씀 액자를 드렸다. 분명히 몇 번 확인했는데 글자 하나가 틀렸다. 당황스러웠다. 권사님 모친께서 소천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잠시 심방을 멈추고 장례 모드...

집으로 돌아와 오늘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되새겨 본다. 무엇이 모자랐을까? 무엇을 더해야 할까? 그리고 기도... 제일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던 대로, 해왔던 대로가 아닌 새로운 마음, 새로운 발걸음으로... 주님이 그것을 원하시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지난 10년 목회가 그랬다. 처음은 낯설었다. 두 번은 익숙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편했다. 하지만 그때쯤 문제가 불쑥 나타났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가? 상황이 변해서? 교인이 달라져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이 있었다. 내가 조금씩 변한 거다.

사람이 어떻게 맨날 똑같을 수 있을까? 맞다. 시간이 변하면 모두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화도 종류가 있다. 방향이 있다. 그리고 그 변화들 중에서 제일 안 좋은 변화는 가만히 있으면서 변하는 거다.

이것을 보통 변화라 하지 않는다. “퇴화”라 한다. 퇴화된 사람은 대부분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사실 많이 변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때마다 브레이크를 밟으셨다. 돌아보라고... 바라보라고... 이번에도 분명 그런 멈춤을 주신 것 같다. 사실 내 앞을 막은 것은 눈발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마음결이었다.

전도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우리가 처음 심방했을 때의 기억들... 그때 겪었던 우여곡절들...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지만, 귀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 지금부터 다시, 처음부터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