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은 목사에게 떼어놓을 수 없는 숙명이다. 소위 목회자 3대 방(책방ㆍ기도방ㆍ심방)에 들어갈 정도다. 그 이유는 예수님 때문이다. 가르치고 고치고 전파하시는 사역에 눈코 틀 새가 없으셨던 예수님은 그 바쁜 가운데에서도 영혼 만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수가성 여인을 만났고, 삭개오를 찾았으며, 나사로를 살리셨다.

하지만 처음부터 심방을 잘하는 목사는 없다. 나 역시 그랬다. 돌이켜보면 부목사 시절 성도들에게 많이 미안할 정도다. 부담이 컸다.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실수를 많이 했다. 집 사정을 다 아는 듯 얘기하다가 무안을 당하고... 영발이 센 듯 안수기도를 하다가 창피를 당하고... 못 배워서 그랬다. 배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며 깨닫게 되었다. 왜 심방을 해야 하는지... 교인들 관리 때문이 아니다. 교회 성장 때문도 아니다. 심방(尋訪)은 교인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들의 삶의 자리로 찾아가서, 그 숨소리를 듣고, 아픔을 나누고, 기쁨을 더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영혼들을 만나고 함께 하는 것, 그 자체가 심방의 본질이었다.

그 후 새벽마다 방문할 가정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일이 먼저였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올려드리며 주님 마음 구하는 것이 제일이었다. 그렇게 했더니 변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변했다. 주님의 긍휼이 느껴졌다. 그리고 성도들의 마음이 열렸다. 모임 가운데 은혜가 나타났다. 심방은 기술로 하는 게 아니라, 기도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교회에서 다시 심방을 시작한다. 여전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마음속에 소망이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 교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실지... 이번 심방에서는 어떤 은혜가 나타날지 기대하고 기도한다.

바라기는 교인을 찾아가는 그 자리에 주님이 오셨으면 좋겠다. 고치고 회복되는 역사가 나타나면 좋겠다. 그렇게 준비한다. 그렇게 심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