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아침부터 내린 눈이 멈출 듯 멈추지 않고 저녁까지 계속 내렸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사패산을 훑고 내려오는 바람이라 세차게 살은 엔다. 설도 지나고 입춘도 넘었지만 아직 우리는 겨울... 기름값은 내릴 생각이 없고, 물가도 따라 오르니 몸도 마음도 춥다.

우리 집은 더 춥다. 발바닥까지 뜨거운 청춘 따님과 갱년기가 한창인 아내님 덕분이다. 난방비가 경제적이라는 장점은 있으나, 이렇게 맹추위에 움직이기가 꺼려지는 단점이 있다. 침대 위에서 책을 읽다 잠든다. 눈 떠보니 새벽 5시... ‘이렇게 추운데 새벽에 얼마나 오실까?’ 거기다가 길까지 미끄러우니 괜한 기대는 접기로 했다.

조심히 악셀을 밟으며 교회에 도착한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예배당에 들어선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귀한 성도들... 분명 핑계 댈 이유가 많았을 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거기 앉아 계셨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걱정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좀 더 말씀을 잘 준비할 걸... 난방을 더 빨리 틀어드릴 걸...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이렇게 마음먹었다. ‘더 열심히 기도해드리자.’

교회는 기도를 먹고 자란다. 교인은 기도를 통해 성장한다. 좀 과한 말로 표현하자면 기도란 하나님 젖을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울수록 힘들수록 어려울수록 아이가 세차게 엄마의 젖을 먹듯 우리는 기도한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나님, 지켜주세요. 함께해주세요.

아마 우리 교회가 부흥하게 된다면 그건 분명히 기도의 자리를 지키는 성도들 때문일 것이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족한 목사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영혼들을 위해 간구하시는 용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항상 기도를 통해 새 일을 이루어 간다.

마음 같아서는 너무 추우면 나오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이런 일만큼은 이기적인 목사가 되고 싶다. 간절히 마음을 담아 기도한다. ‘하나님, 이분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꼭 응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