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은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온 듯하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연휴 기간 최장 9일... 그래서인지 해외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 공항 추산으로는 200만 명...

하지만 설날을 맞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국불안, 경기불황, 그리고 물가상승까지... 서민들의 장바구니가 점점 비어가고 있다. 더구나 명절 이후 가격인상을 예고하는 기업들이 많아서 이번 설은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겁다.

지난 주 교역자들과 함께 구리도매시장을 찾았다. 이웃들에게 나눌 과일상자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예년 같으면 주차할 곳 찾기가 힘들었을 법한데 어렵지 않게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시장은 예전만큼 붐비지 않았다. 수산부에서는 소비장려캠페인을 하고, 상인들은 소리를 내어 흥을 돋우지만 어려운 내수상황을 지우기엔 부족해 보였다.

“이번 명절 상황이 어떠셔요?” “예년 매출에 절반도 안되요.” 물론 상인들의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드리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힘든 건 사실인 것 같았다. 어렵다는 말에 흥정하기가 죄송했지만, 그래도 공은 공이요, 사는 사인지라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구매했다.

시장 식당에 들려서 라면에 공기밥을 함께 말아먹고는 교역자들과 함께 교회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 잠시 눈을 감았다. 우리 교인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지나갔다.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운 성도들, 가게에 손님이 줄어 매출을 걱정하시는 성도들, 그런 자녀들의 어려움 때문에 가슴을 태우시는 어머니들...

그분들은 모두 나에게 기도의 짐이며 마음의 빚이다. 더구나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를 위해 헌신하며 애를 쓰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 한편이 무거워지면서 뜨거워진다.

“하나님, 빨리 이 어려움이 지나가게 해주세요. 다시 웃을 날을 주세요.” 기도를 마치며 조용하게 혼자 읊조린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