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배사역자다. 원래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찬양 인도를 시작한 것은 92년 봄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캠퍼스선교회 형님께서 기타를 건네주고는 이제부터 니가 하라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해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막막하기만 했다.

그날부터 찬양 인도 좀 한다는 외대교회 동기며 선배를 쫓아다녔다. 새 찬양도 배우고 인도법도 물었다. 참가할 수 있는 모든 예배학교나 컨퍼런스를 섭렵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후 자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교회, 연합회, 그리고 큰 집회까지 인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인가 진짜 예배사역자가 돼버렸다.

은혜 받았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알게 모르게 인기(?)라는 것도 생겼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예배를 인도할수록 공허해졌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차츰 마음 속 깊이 회의감이 올라왔다.

그릇이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겉모습을 흉내낼 수 있으나, 예배의 중심은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민이 시작됐다. 이러면 안될 것 같았다. 뭔지 모르지만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신앙의 밑바닥을 경험하고는... 나는 찬양인도를 포기했다. 이렇게 망가진 모습으로 선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때쯤 한 멘토를 만났다. 깨닫게 되었다. 인도자가 되기 전에 예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거짓 없는 마음과 순종의 삶이 필요하다는 것...

그날 이후로 나는 다른 인도자가 되었다. 어떤 찬양을 부를까보다 어떤 마음으로 드릴까가 중요하게 되었다. 예배의 초점이 사람이 아닌 하나님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게 흔들리면 찬양을 멈추기도 했다.

그렇게 30년... 중년의 나이가 된 나는 이제 청년들에게 예배를 가르치게 되었다. 오늘부터 1일... 세대 차이도 극복하고, 문화 차이도 넘어서야 한다. 좀 힘들 것 같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하지만 한 가지는 꼭 전해주고 싶다. 진정으로 사모하면, 하나님을 찾으면, 그분을 예배하면 주님이 우리를 찾아오신다는 것... 교회를 일으키는 것은 예배 외에 없다는 것을 가슴으로 얘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