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은 유독 길었다. 주말과 연달아 이어지며 5일, 거기에 더해 예지네 학교는 학교장 재량휴일로 2일 추가, 그리고 다시 주말...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해외여행도 가능한 긴 연휴였다.
직업이 목사인지라 교회를 멀리 떠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번 연휴는 야무지게 쉬겠다는 마음을 먹고 전도사님께 부탁했다. “목요일 새벽설교 부탁드릴게요. 쉴 때 마음껏 잠 좀 자보려구요.”
토요일 밤, 큰 형님 가족이 올라왔다. 주일 오후에는 작은 형님 부부가 도착했다. 지난 명절과 마찬가지로 맛집 탐방 계획을 세워서 스시부터 쭈꾸미까지 의정부 식당, 카페들을 섭렵했다.
월요일 오후에는 처가 모임이 있었다. 형님께서 마트에서 50% 세일을 했다면서 한우를 사오셨다. 먹을 것 먹고 이야기할 것 이야기하니 밤이 되었다.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는 한 가지 욕망밖에 없었다. ‘빨리 가서 씻고 자야지.’
마음먹은 대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막상 자려고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이불을 정돈한 뒤 다시 누웠다. 엎치락 뒤치락거리며 겨우 잠이 들었다.
갑자기 눈을 떴다. 시계를 찾아보니 새벽 5시... ‘아, 또 이 시간이구나.’ 사실 어제도 그랬다. 그제도 그랬다. 마치 내 안에 알람시계가 있는 양 이 시간에 눈이 떠진다. 그나마 마음이라도 편하게 누우면 좋을 것을... 예배 준비를 하지 않는데도 그리 달라질 게 없었다.
네OO 검색에, 유튜브에... 숙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그 좋아하는 커피도 멈춰본다. 심지어 야식도 끊어본다. 그리고 애써 청한 잠... 눈 떠보니 다시 새벽 5시...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매일성경을 폈다. 떼어먹은 이틀 치 묵상을 시작한다. 아침을 챙겨 먹고는 전도사님에게 카톡을 보낸다. “전도사님, 목요일 새벽 제가 할게요.”
목사는 태어날 때부터 목사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시는 것이다. 습관을 통해, 마음을 통해... 잠에 대한 욕망은 여전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내가 진짜 목사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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